월드컵 48개국 확대 (참가국, 경기수준, 한국영향)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게 쉬워지면 오히려 문제가 생긴다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저는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더 많은 나라가 참가하면 좋은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2026년 FIFA 월드컵부터 본선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이게 단순히 수 늘리기가 아니라는 걸 차츰 느끼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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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축구공 |
경기 수가 63% 늘어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32개국 체제에서는 총 64경기가 치러졌습니다. 48개국 체제로 바뀌면 이 숫자가 104경기로 뜁니다. 63% 가까이 증가하는 셈인데, 저는 처음에 이 수치를 보고 "경기가 많아지면 볼 게 많아지는 거잖아"라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선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현대 축구 선수들은 이미 과부하(overload) 상태에 가깝습니다. 과부하란 신체가 회복할 수 있는 한계를 넘는 훈련·경기 부담을 뜻하는데, 리그, 컵 대회, 대륙별 챔피언스리그, 국가대표 경기까지 소화하다 보면 시즌당 70경기를 넘기는 선수도 어렵지 않게 나옵니다. 여기에 월드컵 경기 수까지 늘어나면 부상 위험이 누적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피로하다"는 수준이 아니라, 커리어 전체를 위협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회 구조도 크게 바뀝니다. 기존에는 8개 조에서 각 조 1·2위가 16강에 진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새 체제에서는 12개 조(각 4개국)로 나뉘고, 각 조 1·2위와 성적이 좋은 3위 팀이 32강에 진출합니다. 조별리그(group stage)란 같은 조에 편성된 팀들끼리 모두 한 번씩 맞붙어 성적에 따라 토너먼트 진출 여부를 가리는 방식입니다. 조의 수가 늘다 보니 3위 팀까지 걸러내는 기준이 복잡해지고, 방송 편성이나 일정 운영도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104경기를 단독으로 소화할 수 있는 나라는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2026년 대회가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 공동 개최로 결정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공동 개최(co-hosting)란 두 나라 이상이 경기장과 인프라를 분산해 대회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동 거리와 운영 효율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부담이 따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세 나라를 오가는 이동 피로가 선수들에게 어떻게 작용할지가 실제로 궁금해지더군요.
경기 수준 저하, 걱정이 현실이 될 수 있는 이유
참가국이 늘어나는 게 무조건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경기 수준에 관해서는 좀 다르게 봅니다. 본선 진출 문턱이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전력 격차가 큰 경기가 늘어납니다. FIFA 랭킹 상위권과 하위권 팀이 맞붙으면 결과가 뻔한 경기가 나오고, 그런 경기가 쌓이다 보면 조별리그 자체의 긴장감이 옅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변(upset)도 더 자주 나올 수 있습니다. 이변이란 랭킹이나 전력에서 크게 앞서는 팀이 약체에게 패하거나 고전하는 결과를 말합니다. 2022년 모로코의 4강 진출, 2014년 코스타리카의 돌풍, 2002년 한국의 4강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참가국이 늘면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올 수 있고, 그게 월드컵의 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이변이 자주 일어나는 것과 경기 전반의 질이 유지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제가 직접 여러 대회를 지켜보면서 느낀 건, 조별리그 초반에 이미 탈락이 확정된 팀들이 나올 경우 마지막 경기가 의미 없는 소화전으로 끝날 때가 많다는 겁니다. 이 부분이 48개국 체제에서 더 심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32개국 체제와 48개국 체제의 핵심 차이를 숫자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총 경기 수: 64경기 → 104경기 (약 63% 증가)
- 본선 진출 비율: 전 세계 FIFA 가입국 대비 약 15% → 약 23%
- 토너먼트 시작 라운드: 16강 → 32강
- 조 편성: 8개 조 × 4개국 → 12개 조 × 4개국
- 아시아 배정 티켓: 4.5장 → 8.5장 (자동 진출 기준 대폭 확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배정 티켓이 늘어나면서 한국, 일본, 호주 외에도 이전에는 본선 진출이 어려웠던 국가들의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커졌습니다. 이게 아시아 축구의 저변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입니다.
한국 축구, 유리해진 건 맞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한국 입장에서 이번 변화가 유리하다는 건 대체로 맞는 말입니다. 아시아 배정 티켓이 늘어나면서 본선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고, 젊은 선수들이 세계 무대를 경험할 기회도 늘어납니다. 제 경험상 국제 경험의 양이 선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큽니다. 국내 리그에서 아무리 잘해도 월드컵 무대에서 체감하는 강도는 차원이 다릅니다.
FIFA 랭킹(FIFA World Ranking)이란 FIFA가 각국 A대표팀의 경기 결과를 토대로 산출하는 국가별 순위로, 월드컵 조 추첨과 시드 배정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참가국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약한 팀과의 경기가 많아지고, 이 과정에서 랭킹 관리가 쉬워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는 조 추첨에서 유리한 시드를 받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걱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아시아 전체 티켓이 늘어나면 아시아 예선(Asian Qualifiers)의 경쟁 구도가 바뀝니다. 아시아 예선이란 AFC 소속 국가들이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놓고 치르는 지역 선발전입니다.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각국이 투자를 늘리고 전력을 끌어올릴 것이기 때문에, 예선이 쉬워질 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경쟁이 분산되는 동시에 수준 자체가 올라가는 양면이 있습니다.
FIFA 공식 발표 자료를 보면 대회 운영과 일정에 관한 세부 사항이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개최국인 미국·캐나다·멕시코의 인프라 수준은 이미 검증됐다고 볼 수 있지만, 3개국에 걸친 이동 문제는 실제 대회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흥행 지표(commercial index)란 대회의 수익성과 시청자 관심도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인데, 참가국이 늘어날수록 중계권 수익과 스폰서십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FIFA 입장에서는 이번 변화가 상업적으로도 매우 유리한 선택입니다.
2026년 월드컵은 48개국 체제가 처음으로 실전에 적용되는 대회입니다. 규모 확대가 세계 축구의 저변을 넓히는 방향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경기 질 저하와 선수 부담 가중이라는 부작용을 남길지는 이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실제 답이 나올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확대 자체보다 FIFA가 운영 품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라고 봅니다. 월드컵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이번 대회를 단순히 응원의 관점이 아니라, 새 체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관찰하는 눈으로도 함께 지켜보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