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축구 혁신위원회 출범 (거버넌스, 신뢰회복, 유소년육성)
박지성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K축구 혁신위원회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월드컵 성적 부진과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행정 문제가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결과보다 과정에 더 분노해온 팬들의 목소리가 드디어 공식 기구 출범으로 이어진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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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한 축구공 |
거버넌스 개혁, 위원회는 무엇을 할 수 있나
혁신위는 대한축구협회를 직접 지휘하거나 협회장 선거를 대신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거버넌스(Governance)란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와 운영 방식을 뜻하는데, 이번 혁신위는 바로 이 거버넌스의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안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쉽게 말해 "이렇게 바꿔야 한다"는 로드맵을 만들어주는 자문 기구에 가깝습니다.
처음 출범 당시에는 최영 문체부 장관이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됐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직접 스포츠 행정에 개입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체육인 주도 방식으로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최영 장관은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조정됐고, 박지성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체제로 정리됐습니다. 이 조정 과정 자체가 혁신위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강제성보다는 권고, 지휘보다는 제안이 이 기구의 핵심 방식입니다.
혁신위의 주요 역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축구협회 운영 구조와 의사결정 체계의 문제점 진단
- 협회장 선거 제도 개편 방향 제안 (투명성·민주성 확보)
- 차기 집행부가 참고할 수 있는 행정 로드맵 작성
- 유소년, K리그, 심판, 지도자 등 분야별 개선 의제 정리
저는 이 구조가 현실적으로 가장 작동하기 쉬운 방식이라고 봅니다. 결정권 없이 권고만 한다고 비판하는 시각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강제성을 부여하는 순간 또 다른 정치 논리가 끼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문 형식이기 때문에 오히려 소신 있는 방향 제시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신뢰회복, 성적보다 더 깊은 문제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첫 회의 직후 혁신위의 최우선 과제로 '신뢰 회복'을 직접 언급했습니다. 이 발언이 저는 꽤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팬들의 불신이 단순히 월드컵 탈락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정확히 짚었기 때문입니다.
감독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 협회의 일방적 의사결정, 문제가 생겼을 때의 책임 회피. 이게 쌓이고 쌓인 결과가 지금의 불신입니다. 박지성 위원장은 "이겼으면 괜찮았을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팬들의 시각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는데, 제가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월드컵 전부터 이미 K리그 관중이 줄고 대표팀 경기 분위기가 차가워지고 있었으니까요. 성적 이전에 신뢰가 무너진 게 먼저였습니다.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문제로 거론돼 온 것이 바로 폐쇄적 추천 구조입니다. 폐쇄적 추천 구조란 특정 인맥이나 학연·지연을 중심으로 인사가 이루어지고, 외부에서는 그 과정을 전혀 알 수 없는 방식을 말합니다. 감독 선임이든 협회 임원 인사든,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과정이 드러나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다 보니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혁신위가 이 부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려면, 회장 선거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박지성 위원장도 많은 축구인이 참여하는 민주적 절차의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선거 방식 하나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구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소년육성, 일본과의 차이가 보이는 지점
혁신위가 논의해야 할 가장 구조적인 과제는 유소년 선수 육성 체계입니다. 현재 한국 축구는 학원 축구(학교 중심 엘리트 육성)와 클럽 축구(지역 클럽 기반 풀뿌리 육성)가 잘 연결되지 않는 이중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학원 축구란 학교 소속 선수가 방과 후 또는 합숙 형태로 훈련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한국 엘리트 선수 육성의 주축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저변 확대보다 소수 선발을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재능 있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이미 걸러지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건 아니지만, 지역 아마추어 축구 환경을 보면 클럽에서 자란 선수와 학원 출신 선수 사이의 기술 격차나 플레이 스타일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걸 느꼈습니다.
일본 사례가 종종 언급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은 J리그 출범 이후 지역 클럽 시스템을 꾸준히 정비하면서 연령별 팀 운영, 지도자 라이선스 체계, 선수 성장 데이터 관리까지 통합적으로 구축했습니다. 일본 축구협회는 이 체계를 30년에 걸쳐 쌓아왔는데, 한국도 지금 시작한다면 방향은 비슷하게 가야 한다고 봅니다.
혁신위 논의에서 스포츠 사이언스(Sports Science) 도입도 다뤄질 전망입니다. 스포츠 사이언스란 데이터 분석과 의학·생리학을 결합해 선수의 훈련 효율, 부상 위험, 전술 개발 등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분야입니다. 이미 유럽과 일본에서는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았는데, 한국 대표팀은 아직 이 부분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습니다.
박지성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
혁신위에 대한 기대가 유독 큰 건 박지성이라는 이름 때문이라는 걸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박지성 위원장은 FIFA 분과위원회 활동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FIFA 분과위원회란 국제축구연맹 내에서 특정 의제를 다루는 전문 자문 기구로, 여기서 활동했다는 건 국제 축구 행정 감각을 실제로 쌓았다는 의미입니다. 전·현직 선수 중에서 이런 경험을 가진 인물은 많지 않습니다.
박지성, 이영표, 박주호 등 현장을 직접 경험한 인물들이 혁신위에 참여함으로써 팬 여론과 현장 목소리를 정책 논의에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오히려 혁신위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봅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 개선안이 나와도 팬들이 공감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고, 현장 선수 출신들이 그 공감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차기 협회장 후보군으로 쿠팡플레이 김성근 대표가 거론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기존 축구 행정 인사가 아닌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은, 결국 구조를 바꾸려면 그 구조 밖에서 온 사람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입니다. 혁신위가 협회장 선거 제도의 투명성을 제대로 담아낸다면, 그 선거 결과 자체에도 더 많은 팬들이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축구협회의 공식 행정 방향은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혁신위 활동 기간은 차기 집행부가 출범할 때까지, 대략 두 달 정도로 예상됩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제대로 된 로드맵 하나가 남는다면 그걸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협회를 직접 바꾸는 건 다음 집행부의 몫이니까요. 혁신위에 기대하는 건 완성된 변화가 아니라 방향의 전환입니다. 기득권 구조가 하루아침에 바뀌리라고 보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이번 출범 자체가 그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로드맵이 나오는지, 차기 협회장 선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켜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참고: https://youtu.be/2B_GkyEjKJ8?si=wI959oGuGqy_2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