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우승 뉴욕 닉스 (브런슨, 전력강화, 컨퍼런스파이널)
닉스 팬이라면 한 번쯤 이런 순간을 경험했을 겁니다. 플레이오프 시즌이 오면 슬그머니 채널을 돌리고, "올해도 그냥 그렇겠지"라는 말이 입에서 먼저 나오는 그 순간 말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일런 브런슨이 합류한 이후부터는 채널을 켤 때마다 뭔가 달랐습니다. 뉴욕 닉스가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알던 닉스가 맞나 싶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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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구공 사진 |
브런슨 합류 전후, 닉스 공격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나
일반적으로 닉스는 수비 중심의 팀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톰 티보도 감독 체제에서 특히 그랬죠. 그런데 제 경험상 브런슨 합류 이후 경기를 직접 챙겨보면, 공격 방식이 꽤 다르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정체된 하프코트 오펜스(Half-court Offense)가 많았습니다. 하프코트 오펜스란 빠른 속공 없이 페인트 존 앞에서 천천히 공격 루트를 만드는 방식을 뜻하는데, 상대 수비가 완전히 세팅된 상태에서 공격해야 하는 만큼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브런슨이 들어오면서 이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픽앤롤(Pick-and-Roll)을 중심으로 팀 공격을 엮어갑니다. 픽앤롤이란 한 선수가 수비를 막아서(픽) 볼 핸들러가 공간을 확보하게 한 뒤 연계 플레이로 득점 기회를 만드는 전술입니다. 줄리어스 랜들과의 투맨 게임이 대표적이었고, 이후 칼-앤서니 타운스가 합류하면서 이 전술은 더 정교해졌습니다. 타운스의 외곽 슛 능력이 더해지자 상대 수비는 인사이드와 외곽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브런슨 정도의 신장으로 NBA를 지배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경기를 보면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금방 알게 됩니다. 헤지테이션(Hesitation) 드리블, 즉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춰 수비 타이밍을 흩뜨리는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장면이 경기마다 나왔습니다.
전력 강화의 진짜 의미, 드래프트 실패 위에 쌓아올린 팀
뉴욕 닉스의 전력 강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7년 드래프트에서 자이언 윌리엄슨을 얻지 못했을 때 팬들이 경기장에서 터뜨리던 분노, 케빈 듀란트와 카이리 어빙이 같은 뉴욕이면서도 브루클린 네츠로 가버렸을 때의 허탈함, 도노반 미첼 영입 실패까지. 이 팀은 그야말로 실패의 역사를 켜켜이 쌓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눈여겨볼 부분은 프리에이전시(Free Agency) 운용 방식의 변화입니다. 프리에이전시란 계약이 만료된 선수가 새 팀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기간으로, NBA에서 팀 전력 재편의 핵심 수단입니다. 닉스는 이 시기를 적극 활용해 미칼 브리지스와 OG 아누노비를 확보했습니다. 특히 브리지스는 5년 2억 1,25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는데, 수비와 공격을 함께 할 수 있는 3앤D(3-and-D) 자원입니다. 3앤D란 3점 슛과 수비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윙 플레이어를 뜻하는 용어로, 현대 NBA에서 가장 가치 높은 포지션 유형 중 하나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선수들의 진짜 가치는 스탯보다 경기 흐름에서 체감됩니다. 브리지스가 코너에서 3점 슛을 성공시키는 장면, 아누노비가 오픈 찬스에서 침착하게 공을 넣는 장면들이 쌓이면서 닉스는 과거와 전혀 다른 팀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닉스가 이 기간 동안 구축한 핵심 전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제일런 브런슨 — 4년 1억 5,650만 달러 연장 계약, 팀 공격의 핵심 볼 핸들러
- 칼-앤서니 타운스 —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의 트레이드로 영입, 외곽 슛 능력을 갖춘 센터
- 미칼 브리지스 — 5년 2억 1,250만 달러, 엘리트 수비 윙
- OG 아누노비 — 5년 2억 1,250만 달러, 수비형 포워드로 팀 밸런스 담당
- 조쉬 하트, 마일스 맥브라이드 — 허슬 플레이와 3점 슛을 겸비한 깊은 로테이션 자원
이 구성을 보면서 "이게 진짜 닉스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에는 돈을 써도 엉뚱한 선수에게 쓰던 팀이었으니까요.
컨퍼런스 파이널, 25년 기다림 끝에 얻은 성과
뉴욕 닉스가 컨퍼런스 파이널(Conference Finals)에 진출했습니다. 컨퍼런스 파이널이란 동부 또는 서부 컨퍼런스에서 마지막 4강에 해당하는 단계로, NBA 파이널 직전 관문을 뜻합니다. 닉스 팬들에게는 25년 만의 일입니다. 이 숫자가 얼마나 긴 기다림인지는 팬이 아니라도 느껴질 겁니다.
일반적으로 이 성과를 톰 티보도 감독의 수비 전술 덕분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실제로 그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닉스의 이번 시즌은 수비만으로 설명이 안 됩니다. 4쿼터에 브런슨이 만들어내는 클러치 퍼포먼스(Clutch Performance), 즉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높은 압박 상황임에도 안정적으로 득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티보도 감독이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팀을 이끌고도 경질되는 장면은 솔직히 충격이었습니다. 닉스다운 결정이라면 닉스다운 결정이지만, 그게 또 이 팀의 복잡한 속사정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NBA 공식 통계(출처: NBA Stats)에 따르면 브런슨은 이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당 30점 이상을 기록하며 팀의 공격을 홀로 이끌다시피 했습니다. 특히 4차전에서 보여준 집중력은 같은 선수인지 의심이 갈 정도였습니다. 3점 슛, 플로터, 풀업 점퍼를 상황에 따라 고르게 구사하며 수비 입장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어 보였습니다.
앞으로 닉스에게 필요한 것, 낙관과 우려 사이
이쯤에서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닉스가 강해진 건 맞지만, 우승을 논하려면 몇 가지 변수를 직시해야 합니다. 줄리어스 랜들의 어깨 수술로 인한 장기 결장은 팀 로스터 깊이에 분명한 빈틈을 남겼습니다. 미첼 로빈슨의 건강 문제도 반복되고 있고, 조쉬 하트의 복부 부상처럼 부상이 겹치는 시즌은 어느 팀이든 버티기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NBA에서 우승 후보 팀의 기준은 슈퍼스타 한 명에 달려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닉스 같은 팀 빌딩 방식이 더 지속 가능하다고 봅니다. 트레이드 자산을 쌓아두고 외부에서 검증된 자원을 들여오는 방식은, 드래프트 복권 추첨에 모든 것을 거는 방식보다 예측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닉스는 칼-앤서니 타운스 트레이드를 성사시킬 때도 랜들과 디빈첸조라는 자산을 활용했습니다. 이런 방식의 운용이 계속 가능하려면 구단 프런트의 판단력이 계속 이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ESPN의 분석 자료를 보면(출처: ESPN NBA) 닉스의 윈도우(우승 가능 시기)는 브런슨과 타운스가 전성기를 유지하는 향후 3~4년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결국 이 팀이 우승을 현실로 만드느냐는 주요 선수들의 부상 관리와 새 감독 체제 하에서의 적응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뉴욕 닉스를 수십 년 지켜봐 온 팬들이 가장 힘든 건 희망을 품는 것 자체였을 겁니다. 기대할수록 더 크게 실망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의 닉스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브런슨 한 명이 만들어낸 변화가 타운스, 브리지스, 아누노비로 이어지며 팀의 결이 바뀌었습니다. 다음 시즌 닉스가 파이널에 오를 수 있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엔, 경기 시작 전에 채널을 끄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