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현대가 더비 (김예건 이적, 이승우 충돌, 압박 전술)
전북과 울산의 현대가 더비가 끝난 뒤 경기 내용보다 이승우와 김현석 감독의 설전이 더 오래 회자됐습니다. 거기다 고교 재학 신분이던 김예건의 즈베즈다 이적 소식까지 겹치면서 이번 주 K리그 뉴스는 그야말로 터질 게 한꺼번에 터진 느낌이었습니다. 두 사건을 따로 보면 단순한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묶어서 보면 K리그 구조의 문제가 꽤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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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심판 |
김예건 이적, 좋은 신호인가 아닌가
전북 현대 유스 출신 미드필더 김예건(18)이 세르비아 명문 FK 츠르베나 즈베즈다와 5년 계약을 맺고 등번호 19번을 배정받았습니다. 올해 7월 고교 재학 신분으로 정식 프로 계약을 체결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의 일입니다. 전북 구단은 순위 경쟁이 치열한 시점임에도 선수의 유럽 도전 의지를 존중해 이적을 전격 허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린 선수가 유럽에 일찍 나가는 것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저는 그 부분을 좀 다르게 봅니다. 18세에 K리그 1군 경험 없이 유럽으로 건너가는 것과, 1~2시즌 프로 경험을 쌓고 나가는 것은 선수에게 전혀 다른 환경입니다. 김예건의 경우는 그나마 짧게라도 프로 계약을 맺고 팀 분위기를 익혔다는 점에서 맨몸으로 나가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유럽 이적에서 특히 조심해야 하는 개념이 트라이얼(trial)입니다. 트라이얼이란 정식 계약 없이 일정 기간 테스트 형식으로 팀 훈련에 참가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계약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다 결국 아무 성과 없이 귀국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김예건은 5년 정식 계약이라는 점에서 이 위험을 피했습니다.
그런데 유럽 진출의 또 다른 현실 문제가 있습니다. 피지크(physique), 즉 신체 능력과 운동량의 문제입니다. 피지크란 단순히 키나 체중 같은 신체 조건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현대 축구에서 피지크는 90분 내내 고강도 액션을 유지하는 능력, 즉 고강도 반복 스프린트와 압박 참여 능력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변화했습니다. 유럽 팀들이 한국 선수들에게 가장 자주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수비 가담 빈도와 고강도 압박 지속력이 유럽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입니다.
분데스리가에서 일본 선수들의 약진이 눈에 띄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유스 단계부터 설정된 훈련 강도의 상한선이 다릅니다. 어릴 때 몸에 익힌 훈련 강도가 선수 성장의 천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한국 유소년 시스템이 이 부분을 얼마나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예건이 즈베즈다에서 성공하려면 재능만큼이나 이 벽을 얼마나 빨리 넘느냐가 관건일 것입니다.
유럽 진출 유망주들이 현지에서 주로 지적받는 문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수비 가담 빈도 부족 — 공격 시 적극적이지만 수비 전환이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 고강도 압박 지속력 부족 — 전반은 버티지만 후반 들어 압박 강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피드백 수용 환경 — 유럽 유스팀의 코칭 방식은 한국과 달리 개별 피드백이 적은 경우가 많아,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고쳐야 합니다.
- 안주 경향 — 케어를 덜 받는 환경에서 자기 관리 동기가 낮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예건이 '깡다구', 즉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승부욕을 지닌 선수라는 평가가 있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유럽에서 살아남는 선수들을 보면 기술보다 마인드가 먼저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환경이 불친절할수록 멘탈이 버텨야 기술이 빛납니다.
이승우 충돌 사건, 무엇이 문제인가
전북 대 울산의 현대가 더비(Hyundai Derby)는 현대그룹 계열 두 구단이 맞붙는 K리그 최대 라이벌 매치입니다. 전북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25분, 이승우가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 아웃되는 과정에서 경기장을 천천히 빠져나갔습니다. 울산 김현석 감독은 교체 지연 행동에 대해 한마디를 건넸고, 이승우는 "왜, 왜 내가 뭘 했는데"라며 강하게 맞섰습니다. 주심 고형진은 양측 모두에게 옐로카드를 제시했습니다.
경기 후 양측 입장은 엇갈렸습니다. 김현석 감독은 자세한 언급을 아꼈고, 이승우는 "팀 승리를 위해 뛴 것이며 경기장에서 존칭을 하러 온 게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양측 모두 이해 가능한 선이었습니다. 그런데 경기 종료 후 심판진 중 한 명이 이승우를 향해 비하성 발언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2차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심판진 확인 결과 해당 발언은 사실 무근"이라며 정정보도를 요청했고,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사건 전말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승우의 반응이나 감독과의 마찰보다, 심판 발언 의혹이 더 큰 파장을 낳은 구조 자체가 이상합니다. 경기 안에서 생긴 일이 경기 밖으로 증폭되는 방식이 K리그에서 너무 자주 반복됩니다. 경기 내용이 흡입력을 잃으면 이런 외적 이슈가 리그 흥행의 중심을 대신하게 됩니다. 이건 좋은 신호가 아닙니다.
이 경기에서 저를 더 답답하게 한 것은 사실 충돌 장면이 아니라 경기 자체였습니다. 양 팀 센터백에게 경기 내내 압박이 거의 없었습니다. 게겐프레싱(Gegenpressing)이란 상대 볼 손실 직후 복수의 선수가 즉시 압박해 공을 되찾는 전술을 뜻합니다. K리그 최상위권 팀들이 이 게겐프레싱의 기본조차 구현하지 못하는 장면이 반복되는데, 날씨 탓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럽 리그도 여름 더위는 있습니다. 그걸 핑계로 압박을 포기하는 팀에 전술 분석을 하려 하면 쓸 말이 없어집니다.
전북과 울산, K리그를 이끌어야 할 두 클럽이 지지 않으려는 소극적 플레이에 집착한다면 나머지 팀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구단이 감독에게 어떤 축구를 요구하고, 감독이 선수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지, 그 연결고리 자체가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감독은 선수 탓을 하고, 선수는 감독 메시지가 불분명하다고 느끼는 악순환이 현장에서 계속 반복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팬 문화 측면에서도 하나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경기가 답답할 때 감독 경질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지만, 그보다 구단 운영 방식과 스쿼드 구성 철학에 먼저 질문을 던지는 팬 문화가 생겨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현대가 더비에서도 전북의 포워드 과잉 구성과 울산의 윙 부재는 경기 전부터 예고된 문제였습니다. 이건 감독 한 명이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압박 전술과 K리그 구조적 한계
이번 현대가 더비를 보면서 K리그의 압박 전술 수준이 왜 이렇게 낮은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선수 개인 능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게임 모델(game model) 문제입니다. 게임 모델이란 팀이 볼 보유 시, 볼 비보유 시, 전환 시 각각 어떻게 움직일지 팀 전체가 공유하는 축구 철학 체계를 뜻합니다. 이 게임 모델이 명확하지 않으면 개별 선수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유기적인 압박이 나오지 않습니다.
K리그 팀들의 피지크 데이터만 놓고 보면 유럽 하위 리그와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럽 팀과 실제 경기를 하면 격차가 느껴지는 건 게임 모델의 정교함 차이에서 옵니다. 선수들이 어디서 압박을 시작하고, 누가 먼저 트리거(trigger — 압박 시작 신호)를 당기는지 명확하지 않으면, 결국 공을 따라 달리는 축구가 됩니다.
유소년 시스템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문제가 더 선명해집니다. 어릴 때부터 설정된 훈련 강도의 상한선이 선수 성장의 천장을 결정합니다. 한국 유소년 지도자들 중에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그 좋은 생각이 프로 팀에서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대한축구협회 차원의 환경 설정이 선수 성장을 오히려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은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일본 유소년 축구와의 차이가 여기서 나옵니다. 일본이 분데스리가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선수 개개인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유스 단계에서 훈련 강도와 훈련 구성의 효율성을 일찍부터 유럽 기준에 맞춰온 결과입니다. 한국도 좋은 지도자와 선수가 없는 건 아닌데, 시스템이 그 역량을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고교 축구 경기가 제대로 중계되지 않고, 관중 없이 치러지는 현실도 이 문제와 연결됩니다. 유럽에서는 유스팀 경기에도 서포터 문화가 있고, 어린 선수들이 관중 앞에서 경쟁하며 성장합니다. 한국 유스 축구의 분위기는 진로 지향적입니다. 경기 자체보다 스카우트 눈에 띄는 것이 목표가 되는 구조 안에서, 과연 선수들이 90분 내내 전력을 다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건 제가 직접 경기를 보면서 느낀 부분이기도 합니다.
대한축구협회의 유소년 축구 정책과 관련된 공식 자료는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김예건 선수가 즈베즈다로 이적한 계약 조건은 어떻게 됩니까?
A. FK 츠르베나 즈베즈다와 5년 장기 계약을 체결했으며 등번호 19번을 배정받았습니다. 전북 유스(동대부속금산중, 전주영생고) 출신으로 올해 7월 정식 프로 계약을 맺은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이적이 확정됐습니다. 정식 계약 형태라는 점에서 트라이얼 방식의 위험을 피한 긍정적인 출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이승우와 김현석 감독의 충돌에서 옐로카드를 받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전북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25분, 이승우가 어깨 통증으로 교체 아웃되는 과정에서 경기장을 천천히 빠져나갔고, 이를 지켜본 울산 김현석 감독이 언급을 건넸습니다. 이에 이승우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설전이 벌어졌고, 주심 고형진이 양측 모두에게 옐로카드를 제시했습니다. 심판 비하 발언 의혹은 대한축구협회가 사실 무근으로 공식 반박했습니다.
Q. K리그 팀들이 고강도 압박 전술을 구현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입니까?
A. 개인 피지크 데이터만 보면 유럽 하위 리그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근본 원인은 게임 모델의 부재, 즉 팀 전체가 공유하는 압박 시작 시점과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여기에 유소년 시절부터 설정된 훈련 강도의 한계와 협회 차원의 환경 설정 문제가 겹쳐 있습니다.
Q. 어린 선수가 유럽으로 바로 나가는 것과 K리그 경험 후 나가는 것, 어느 쪽이 유리합니까?
A. 일반적으로 이른 유럽 진출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선수 개인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K리그는 유럽보다 1군 출전 기회를 더 일찍 줄 수 있고, 군 문제 해결 측면에서도 프로 경험이 필요합니다. 케어 없는 유럽 환경에서 자기 관리가 안 되면 오히려 성장이 더딜 수 있습니다.
Q. 현대가 더비란 무엇이며 왜 K리그 최대 라이벌전으로 불립니까?
A. 현대가 더비는 현대그룹 계열 구단인 전북 현대와 울산 HD가 맞붙는 K리그 최대 라이벌 매치를 뜻합니다. 두 팀 모두 K리그 상위권의 역사가 긴 강팀이라 경기 결과가 순위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최근 경기들은 내용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 K리그 소식을 보면서 든 생각은, 개별 이슈를 따로 보면 단순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하나로 묶으면 결국 같은 곳을 가리킨다는 겁니다. 김예건의 이적은 시스템의 한계를 뚫으려는 개인의 선택이고, 현대가 더비의 무기력한 경기 내용은 그 시스템의 현주소를 보여줍니다. 당장 어느 한 가지를 바꾼다고 달라지지 않겠지만, 구단과 협회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2~3년 뒤가 달라집니다. 일단 다음 경기에서 전북과 울산이 진짜 압박 축구를 보여주길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