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 한국 대표팀 (배경, 전술분석, 베스트11)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모레노 감독이 첫 명단을 발표했을 때, 저는 월드컵 때와 거의 달라진 게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명단을 보니 새 얼굴이 꽤 됩니다. 아시안게임 차출로 생긴 공백을 정승원, 송민규, 김민수가 채웠고, 모레노 감독 특유의 스위칭 플레이 전술이 이 선수들과 어떻게 맞물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축구경기


임시 감독 체제, 왜 지금이 중요한가

모레노 감독이 부임한 지 겨우 2주 만에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9월 A매치 데뷔전까지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기존 선수들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할 여유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니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라는 대표팀의 뼈대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도 이번 명단에서 재미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아시안게임 참가로 배준호, 엄지성, 양현준 같은 이선 자원들이 빠지면서 생긴 빈자리에, 모레노 감독의 전술 철학과 의외로 잘 맞는 선수들이 채워졌습니다. 제가 직접 경기를 찾아보면서 확인한 것인데, 정승원은 중앙에서 측면까지, 심지어 윙백 포지션까지 소화하는 전천후 자원입니다. 이번 시즌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을 정도로 폼도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임시 감독은 안전한 선택만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모레노가 첫 소집부터 보여준 신호는 조금 다릅니다. 아시안컵까지 소집이 두 번밖에 없다는 시간 압박 속에서도, 자신의 전술에 맞는 선수를 실제로 검토하려는 의지가 명단에서 느껴졌습니다. 대한축구협회(KFA)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번 A매치는 9월 평가전 2경기로 구성되며, 모레노 체제의 실질적인 첫 검증 무대가 됩니다.

모레노 전술의 핵심, 포메이션보다 스위칭

제가 모레노 감독의 기자회견을 보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것입니다. "최근 2년간 4-4-2를 가장 많이 썼으니 우리도 그렇게 간다"고 명쾌하게 말했는데, 정작 그 전술의 핵심은 4-4-2라는 포메이션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핵심은 스위칭 플레이(Switching Play), 즉 선수들이 끊임없이 위치를 바꾸며 상대 수비 블록에 공간을 만드는 움직임입니다.

스위칭 플레이란 한 선수가 공간으로 움직여 상대 수비수를 끌어내면, 그 빈자리로 다른 선수가 즉시 침투하는 연속적인 위치 교환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오른쪽 윙어가 중앙으로 들어오면 풀백이 그 자리를 채우고, 공격수가 밑으로 내려오면 세컨톱이 그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이 움직임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이뤄지느냐가 모레노 전술의 성패를 가릅니다.

그렇다면 모레노 감독이 이 선수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제가 예상하는 베스트11의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최전방에는 오영규를 원톱으로 세운다. 피지컬과 스피드를 갖춘 동시에 내려와서 공간을 만드는 능력이 현 대표팀 스트라이커 중 가장 뛰어납니다.
  2. 손흥민은 세컨톱(Second Top), 즉 최전방 바로 아래에서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하는 역할로 씁니다. 하프 스페이스란 중앙과 측면 사이의 공간으로, 손흥민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구역입니다.
  3. 이강인은 오른쪽에 배치하되 사실상 플레이메이커(Playmaker) 역할을 맡습니다. 오른쪽 측면에서 출발해 중앙으로 들어와 손흥민의 뒷공간 침투를 연결하는 구도입니다.
  4. 왼쪽에는 이재성이 적합합니다. 볼을 잡으면 원터치로 처리하고 즉시 다음 공간으로 움직이는 스타일이 모레노의 빠른 위치 전환 요구에 가장 잘 맞습니다.
  5. 중원은 황인범과 백승호 두 명으로 운영합니다. 황인범이 빌드업(Build-up), 즉 후방에서 공격을 조직하는 과정을 주도하고, 백승호가 상황에 따라 앞뒤로 포지션을 조율합니다.

새로 합류한 김민수 선수에 대해서는 솔직히 기대가 큽니다. 레인저스에서 10번을 달고 중앙과 측면을 자유롭게 오가는 움직임이 모레노가 이선에서 원하는 스위칭 플레이와 거의 딱 맞아떨어집니다. 모레노 감독이 어떻게 활용할지, 이번 A매치의 숨은 관전 포인트입니다.

한편 백승호의 역할에 대해 "전문 홀딩 미드필더(Holding Midfielder)가 없어도 괜찮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홀딩 미드필더란 수비형 미드필더와 같은 개념으로, 중원에서 수비 커버를 전담하는 포지션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자리가 비면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모레노의 파리 시절 경기를 보면서 느낀 것은 달랐습니다. 비티니아, 네베스, 파비안 루이스처럼 6번과 8번 역할이 고정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순환하는 중원이 오히려 더 상대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수비 조직과 뒷공간, 모레노 전술의 진짜 리스크

제가 이번 베스트11을 분석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 수비입니다. 모레노 전술의 압박 방식을 보면, 상대가 볼을 잡는 순간 최전방부터 동시에 달려드는 전방 압박(High Press)을 구사합니다. 전방 압박이란 상대 진영에서 즉시 볼을 탈취하기 위해 공격수부터 미드필더까지 연동해서 압박하는 전술 방식입니다. 성공하면 무섭지만, 압박이 한 번이라도 뚫리면 센터백 뒤로 광활한 공간이 열립니다.

모레노 감독의 모나코 시절을 직접 찾아봤는데, 네이마르처럼 빠른 공격수를 가진 팀을 만나면 대량 실점을 허용한 경기가 실제로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볼 점유율은 높은데 역습 한 방에 지는 패턴입니다. 트랜스퍼마켓(Transfermarkt)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모레노 체제에서 실점의 상당 부분이 역습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확인됩니다.

그래서 센터백 조합이 더욱 중요합니다. 김민재의 진짜 강점은 1대1 수비보다는 넓은 공간을 스피드로 커버하는 능력입니다. 나폴리와 뮌헨에서 거의 혼자 뒤를 책임지면서도 팀이 과감하게 라인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옆에 이안범이 붙는 조합이 좋다고 보는데, 이안범은 벨기에 리그 데뷔 이후 패스 성공률이 94~95%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모레노가 센터백에게 요구하는 전진 패스 능력까지 갖춘 셈입니다.

풀백 포지션에서는 비대칭 운용이 핵심이 될 것 같습니다. 비대칭 풀백이란 왼쪽과 오른쪽 풀백이 서로 다른 높이와 역할을 맡아 공격과 수비 균형을 맞추는 전술적 배치입니다. 오른쪽 설영우가 높이 올라가는 동안 왼쪽 이태석은 한 칸 내려서 이태석-김민재-이안범이 스리백에 가까운 형태를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하면 황인범이나 백승호가 올라가도 후방에 네 명의 라인이 유지되기 때문에, 전문 홀딩 미드필더 없이도 수비 밸런스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모레노 감독의 4-4-2와 월드컵 때 벤투 감독의 시스템은 어떻게 다른가요?

A. 벤투 감독은 수비 불안을 메우기 위해 쓰리백을 선택했지만, 모레노는 같은 문제를 전방 압박과 선수들의 위치 교환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쉽게 말해 벤투가 수비수를 늘리는 방식이었다면, 모레노는 볼 자체를 내주지 않는 방식입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선수들도 모레노 시스템에서는 훨씬 공격적인 역할을 맡게 됩니다.

Q. 손흥민을 세컨톱으로 쓰는 게 정말 효과적인가요?

A. 일반적으로 나이가 찬 공격수는 원톱에서 득점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손흥민이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구간은 하프 스페이스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던 시기였습니다. 토트넘에서도 세컨톱에 가까운 역할을 맡았을 때 결정력이 극대화됐습니다. 오영규가 내려오며 센터백을 끌어낸 뒤 손흥민이 그 공간으로 파고드는 조합은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습니다.

Q. 전방 압박이 무너질 경우를 대비한 플랜 B가 있나요?

A. 모레노 감독은 상대가 강하게 압박을 들어오면 짧은 패스 대신 한 번에 길게 넘기는 롱볼 전환도 선택지로 씁니다. 오영규의 피지컬과 스피드가 이 상황에서 활용되고, 뒤에 비대칭 풀백 구조로 후방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플랜 B의 역할입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이 선수들 간의 훈련된 약속에서 나오는 만큼, 소집 기간이 짧은 초반에는 완성도가 낮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Q. 김민수 선수는 이번 A매치에서 얼마나 출전 기회를 받을까요?

A. 현재 이강인, 이재성이 있는 상황이라 선발 자리를 곧바로 차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레노 감독이 스위칭 플레이에 맞는 자원을 최우선으로 보는 만큼, 경기 흐름에 따라 교체 투입 테스트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레인저스에서의 움직임을 보면 경기 도중 투입돼도 즉시 전술에 녹아들 수 있는 유형입니다.

Q. 황인범과 백승호 조합에서 홀딩 미드필더 부재가 아시안컵에서 문제가 될까요?

A. 아시아 레벨에서는 상대 팀들이 수비적으로 내려앉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두 명 모두 전진할 수 있는 이 조합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본이나 이란처럼 역습이 빠른 팀을 상대할 때는 이태석의 비대칭 포지션이 얼마나 충실히 뒤를 채워주느냐가 관건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시안컵에서도 충분히 통할 조합이지만, 빠른 역습 팀을 만나는 경기는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모레노 감독이 만들고자 하는 그림은 명확합니다. 선수 개인의 능력치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선수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지난 4년 동안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가 있으면서도 항상 아쉬웠던 이유가 결국 '이 선수들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의 문제였다고 봅니다. 이번 9월 A매치에서 그 연결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아시안컵을 기대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첫 경기를 꼭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25/26시즌 프리미어리그 아스날 우승 (22년 기다림, 철벽 수비, 세트피스)

펩 과르디올라감독 퇴임 (업적, 전술혁신, 춘추전국시대)

일본 축구 무서운 이유(패스 축구,전술,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