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캐슬이 맨시티가 못 된 이유 (APT 규정, SCR 재정, 빅클럽 격차)
솔직히 저는 뉴캐슬이 PIF에 인수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이제 제2의 맨시티가 나오겠구나"라고 확신했습니다. 전 세계 운용 자산이 천조 원을 훌쩍 넘는 사우디 국부펀드가 뒤를 봐준다는데, 의심할 이유가 없었죠.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팔려나가고 있고, 그 구조적인 이유를 파고들수록 현대 축구의 민낯이 보입니다.
![]() |
| 프리미어리그 경기 |
맨시티는 어떻게 성공했나 — 지름길이 열려 있던 시절
제가 2008년 맨시티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가장 놀랐던 건 그 당시 성적이었습니다. 만수르가 인수하던 해,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 9위였습니다. 같은 시즌 맨유가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우승할 때 맨시티는 그냥 중위권 팀이었죠.
만수르는 인수 직후 선수단을 전면 교체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호비뉴를 데려왔고, 라이벌 맨유에서 카를로스 테베스를 빼왔습니다. 야야 투레, 다비드 실바, 세르히오 아구에로까지 차례로 합류했죠. 그리고 2012년, 아구에로의 극적인 우승 골과 함께 무려 44년 만에 리그 우승을 달성합니다.
그런데 성적보다 더 결정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구단 매출 규모 자체가 달라진 것입니다. 2008-09시즌 약 1억 파운드 수준이던 맨시티 연 매출은 4년 만에 3억 파운드를 돌파했습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이 에티하드 항공과의 대형 스폰서십 계약이었습니다. 스폰서십(Sponsorship)이란 기업이 구단에 자금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브랜드를 노출하는 계약 방식을 말합니다. 맨시티는 2011년 유니폼 스폰서와 경기장 네이밍 라이츠를 묶어 10년에 4~5억 파운드짜리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문제는 에티하드가 아부다비 정부 소유 항공사이고, 만수르 역시 아부다비 왕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 계약의 적정성 논란이 불거졌다는 것입니다. 다만 맨시티 측은 정상적인 상업 계약이라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어쨌든 당시엔 프리미어리그가 이런 특수관계자 거래를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맨시티 입장에서는 지금으로선 막혀 있는 지름길이 그때는 활짝 열려 있었던 겁니다.
APT 규정과 SCR — 뉴캐슬이 돈을 못 쓰는 진짜 이유
PIF가 뉴캐슬을 인수한 건 2021년 10월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두 달 뒤, 프리미어리그는 APT 규정을 도입했습니다. APT(Associated Party Transactions), 즉 특수 관계자 거래 규정이란 구단주와 연관된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금액의 스폰서 계약을 맺는 것을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사우디 기업이 뉴캐슬에 "유니폼에 로고 넣어줄 테니 연 200억 드릴게요"라고 제안해도, 리그 사무국이 "그게 시장 가격에 맞아?"를 먼저 따집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런 규정이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돼 있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맨시티가 갔던 그 경로를 뉴캐슬이 따라가려는 순간, 그 길 자체가 봉쇄된 것입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APT만이 아니었습니다. 더 결정적인 건 PSR과 SCR이라는 재정 규정입니다. PSR(Profitability and Sustainability Rules)이란 구단이 3년 동안 낸 적자 규모를 제한하는 규정을 말합니다. 뉴캐슬은 2024년 이 규정 위반 직전까지 몰려, 페드루 페레이라를 브라이턴에 팔고 심지어 선발 골키퍼 마르탱 뒤부아까지 노팅엄에 내보내야 했습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를 등에 업고도 재정 규정 때문에 선수를 판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PSR은 더 강화된 SCR로 전환됐습니다. SCR(Squad Cost Rules)이란 구단 전체 수익의 85% 이내에서 선수 연봉, 이적료, 에이전트 비용을 모두 관리해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구단주가 아무리 부자여도, 이제는 구단 스스로가 버는 돈이 곧 투자 한도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구조에서 뉴캐슬과 맨시티를 비교하면 현실이 선명해집니다.
- 맨시티 연 매출: 약 7억 파운드 (프리미어리그 최상위권)
- 뉴캐슬 연 매출: 약 3~3.5억 파운드 (프리미어리그 8위 수준)
- SCR 기준 선수단 투자 가능 한도: 각각 매출의 85% → 출발점부터 두 배 이상 차이
- 아디다스 신규 스폰서 계약 후 뉴캐슬 상업 수익 증가율: 전년 대비 44%
- 그럼에도 맨시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출 규모
제 경험상 이런 격차는 숫자로 보면 더 와닿습니다. 둘 다 85%를 쓸 수 있어도, 출발점이 두 배면 도착점도 두 배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거리를 좁히기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빅클럽 격차 — 경기 없는 날에도 돈을 버는 클럽들
그렇다면 기존 빅클럽들은 왜 이렇게 매출이 많을까요? 제가 이걸 생각하면서 가장 흥미롭게 봤던 사례가 토트넘이었습니다. 2023-24시즌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17위, 강등을 겨우 면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즌 매출은 약 5억 5천만 파운드로 리그 5위였습니다. 축구를 17등 하는데 돈은 다섯 번째로 많이 번 겁니다.
그 비결이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입니다. NFL 경기, 콘서트, 복싱, F1 시뮬레이터 행사까지, 축구가 없는 날에도 경기장이 돈을 법니다.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란 경기장 이름에 기업 브랜드를 붙일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이것만으로도 연간 수천만 파운드가 들어옵니다. SCR 체계에서 이렇게 번 돈도 구단 수익으로 잡히고, 다음 이적 시장 한도로 연결됩니다. 토트넘이 성적이 바닥을 쳤던 바로 그 여름에 사비뇨와 아흐마드 무사 마르무시 같은 대형 영입을 감행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맨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버는 구단 중 하나인데, 10만 석 규모의 올드 트래퍼드 재건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기장 주변을 쇼핑과 식사, 엔터테인먼트가 모두 가능한 복합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있는 쪽이 더한다는 말이 딱 맞는 상황입니다.
팬덤 자산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프리미어리그가 글로벌 콘텐츠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맨유, 리버풀, 아스날은 이미 강팀이었습니다. 수십 년 쌓인 팬덤은 유니폼 스폰서, 해외 투어, IP 라이선스 수익으로 현금화됩니다. 실제로 최근 프리미어리그 전체 상업 수익의 75%를 빅6가 가져갔다는 통계가 이를 말해줍니다. 뉴캐슬이 아디다스와 역대급 계약을 새로 맺었지만, 그 금액이 토트넘의 기존 나이키 계약과 같고 맨유와는 여전히 세 배 차이가 납니다. 열심히 벌고 있지만, 수십 년치 팬덤을 1~2년 만에 따라잡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아스톤 빌라도 같은 벽에 부딪혔습니다. 에메리 감독 부임 후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고 유로파리그까지 우승했지만, 성적이 올라가자 선수들의 시장 가치가 올라가고 연봉도 따라 올라갔습니다. 구단 매출이 1년 만에 1억 파운드 이상 뛰었음에도 비용 증가 속도가 더 빨랐고, 결국 유럽축구연맹(UEFA) 재정 규정까지 위반하며 제재를 받았습니다. 이번 여름 로저스, 티에레몽, 콘사, 디뉴가 줄줄이 떠난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 선수들을 사간 건 아스날, 첼시, 맨유, 토트넘, 이른바 빅클럽들이었습니다. 결국 중간 클럽들이 키운 선수를 빅클럽이 거둬가는 구조가 규정 안에서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현대 축구의 이적 시장은 단순히 구단주 지갑 크기 싸움이 아닙니다. 경기장 증축, 스폰서 유치, 유망주 가치 제고, IP 사업화, 이 모든 것이 '구단이 자생적으로 얼마를 버느냐'로 연결되는 총력전이 됐습니다. 프리미어리그 클럽 재정에 대한 더 구체적인 데이터는 프리미어리그 공식 사이트와 BBC 스포츠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APT 규정이 뉴캐슬 인수 직후에 생긴 게 맞나요?
A. 맞습니다. PIF가 뉴캐슬을 인수한 건 2021년 10월이었고, APT 규정은 그해 12월에 도입됐습니다. 뉴캐슬 입장에선 맨시티가 갔던 길을 따라가려는 순간 그 경로가 봉쇄된 셈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 내에서도 "기존 빅클럽을 보호하는 규정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Q. SCR 규정에서 구단주가 직접 돈을 쏟아부을 수는 없나요?
A. 구단주가 자본을 투입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그 자본이 선수단 비용으로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SCR은 구단의 수익 규모를 기준으로 선수단 지출 한도를 정하기 때문에, 구단주가 아무리 돈을 넣어도 구단이 직접 벌어들인 매출이 늘지 않으면 투자 한도는 그대로입니다. 쉽게 말해 구단주 통장이 아니라 구단 통장이 기준이 됩니다.
Q. 토트넘이 17위인데도 대형 영입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뭔가요?
A.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나오는 비(非)축구 수익 덕분입니다. NFL 경기, 콘서트, 복싱 등 축구가 없는 날에도 경기장이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성적과 무관하게 구단 매출이 유지됩니다. SCR 체계에서는 이 수익도 선수단 투자 한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므로, 성적이 바닥이어도 이적 시장에서 쓸 수 있는 돈은 상당히 넉넉한 구조입니다.
Q. 뉴캐슬이 앞으로 빅클럽이 될 가능성은 없나요?
A.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현재 구조에서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챔피언스리그에 꾸준히 진출해 글로벌 노출을 늘리고, 스폰서 수익과 경기장 수익을 단계적으로 키워야 합니다. 뉴캐슬이 최근 아디다스와 역대급 계약을 맺었지만 그 금액이 토트넘의 나이키 계약과 동급이라는 점이, 현재 위치를 보여줍니다.
Q. 첼시가 어린 선수를 많이 사는 이유가 뭔가요?
A. 선수를 자산으로 보는 접근법 때문입니다. 어린 선수를 저렴하게 사서 장기 계약을 맺고, 성장하면 1군에서 활용하거나 다른 팀에 비싸게 팝니다. 2023-24시즌 첼시가 선수 판매만으로 1억 5천만 파운드 이상의 회계상 이익을 낸 배경입니다. 이 방식이 완전히 정착된 것은 아니지만, 선수 자체를 유동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이적 시장의 새로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는 이 구조를 파고들수록 "규정이 공정한가"라는 질문 자체가 애매해진다고 느꼈습니다. 맨시티와 첼시가 규제가 약했던 시기에 올라탄 건 사실이고, 그 이후에 생긴 규정이 후발 주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반대로 국부펀드가 하룻밤에 리그 판도를 뒤집는 그림이 건강한 리그인지도 의문입니다. 결국 현대 축구에서 진짜 경쟁력은 구단주 통장이 아니라, 구단이 스스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추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뉴캐슬이 그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이적 시장이 그 답을 조금씩 보여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