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 감독 (독특한 배경, 전술 철학, 이강인 시너지)

프로 선수 경력이 단 한 경기도 없는 사람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좀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모레노의 커리어를 하나씩 들여다보니, 오히려 이게 왜 당연한 결과인지 이해가 됐습니다.

축구 경기


선수 경험 없이 바르셀로나까지 올라간 남자

프로 선수 출신도 아닌 사람이 축구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까요? 저도 처음에는 이 점이 가장 걸렸습니다. 그런데 모레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의문이 서서히 사라집니다.

그는 14살 때부터 혼자 경기를 녹화하고 분석했습니다. 선수들이 왜 저 위치로 움직이는지, 감독은 왜 이 상황에서 저 전술을 선택하는지, 혼자 노트에 정리하며 축구를 공부했다고 합니다. 저도 어릴 때 축구를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그냥 '재밌네' 하고 넘겼던 것과 달리 그는 그걸 20년 가까이 직업으로 이어간 겁니다.

25살에 프로 코치 자격증을 취득했고, 이후 전술 코치로서 경력을 쌓다가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로마, 셀타 비고, 바르셀로나, 스페인 국가대표팀까지 약 7년을 함께했습니다. 특히 2014-15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메시, 수아레스, 네이마르와 함께 트레블(treble)을 달성했습니다. 트레블이란 한 시즌에 리그, 컵, 유럽 챔피언스리그 세 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것으로, 축구 역사상 극소수 팀만 이룬 성과입니다.

스페인 대표팀 감독 대행 시절에는 9경기 7승 2무, 유로 예선 조 1위 통과라는 성적을 냈습니다. 이 시기의 스페인 평균 점유율은 약 70%였습니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건 단순히 공을 오래 가진다는 게 아닙니다. 상대가 공을 만질 시간 자체를 줄여 경기를 지배한다는 뜻입니다.

AI 전술 논란, 직접 들어보니

그런데 모레노 선임 발표 이후 한 가지 이상한 루머가 돌았습니다. 소치 감독 시절 챗GPT(ChatGPT)로 전술을 짰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챗GPT란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언어 모델로, 질문을 입력하면 자연어로 답변을 생성하는 도구입니다. 처음 이 루머를 접했을 때 저도 잠깐 멈칫했습니다. '설마 진짜로?'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모레노는 이에 대해 직접 반박했습니다. 경기 준비나 선수 선발에 AI를 사용한 적은 없으며, 번역이나 단순 행정 용도로만 활용했다는 해명이었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이 해명은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오히려 이 논란이 커진 건, 우리가 그만큼 그의 감독 실적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모레노의 감독 경력을 냉정하게 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AS 모나코, 그라나다, 소치 등에서 뚜렷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수석 코치로서는 세계 최정상급이지만, 감독으로서는 검증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은 분명히 존재하는 리스크입니다. 이걸 무시한 채 무조건 환영하는 건 맞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국가대표팀 감독의 역할은 클럽 감독과 결이 다릅니다. 클럽에서는 주 단위로 훈련을 반복하며 전술을 깊이 심을 수 있지만, 대표팀은 소집 기간이 극히 짧습니다. 이 환경에서는 복잡한 시스템을 구현하는 능력보다, 짧은 시간 안에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모레노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포지셔널 플레이, 그리고 이 시스템이 맞는 이유

모레노 감독의 전술 기반은 포지셔널 플레이(Positional Play)입니다. 포지셔널 플레이란 11명의 선수가 각자의 위치에서 유기적으로 공간을 만들고, 상대 수비 구조의 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방식입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대표적으로 구사하는 스타일로, 현대 축구에서 가장 주류에 가까운 전술 철학입니다.

기본 포메이션은 4-3-3이고, 공격 시에는 풀백(Full-back)이 높게 올라가고 윙어(Winger)가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면서 3-2 형태를 구성합니다. 풀백이란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 사이 측면을 담당하는 수비수를 말하는데, 이 선수들이 공격 시에도 적극 가담해 넓이와 깊이를 동시에 만들어냅니다. 이 구조에서 선수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공간을 찾고, 상대 수비 블록을 허물어야 합니다.

최근 대표팀에서 가장 답답했던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클린스만, 홍명보 체제에서 손흥민이나 이강인 같은 개인 기량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고, 조직적인 압박이나 공간 활용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경기를 보면서도 이 부분이 가장 속 터졌습니다. 좋은 선수들이 있는데 같이 움직이는 그림이 없으니까요.

모레노 감독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후방 빌드업(Build-up Play)입니다. 후방 빌드업이란 골키퍼와 센터백부터 공을 연결해 올라오는 방식으로, 상대 압박을 역이용해 수적 우위를 만드는 전술적 출발점입니다. 김승규, 김민재, 이한범처럼 발 기술이 뛰어난 선수들이 현재 대표팀에 있어 이 방식이 현실적으로 가능합니다. 그리고 황인범이 6번 자리에서 가교 역할을 하면 빌드업의 안정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모레노 감독의 코치진 구성도 주목할 만합니다. 바르셀로나와 세비야 출신 분석관 카를레스 마르티네스가 포함된 체계적인 스태프를 갖추고 있습니다. 전술과 피지컬, 멘탈 케어까지 아우르는 시스템 전체를 이식하는 셈입니다. UEFA에서도 포지셔널 플레이가 현대 유럽 축구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발전한 전술 방법론 중 하나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레노 감독 체제에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선수를 꼽자면 단연 이강인입니다. 이강인의 플레이 스타일, 즉 끊임없이 공간을 찾아 움직이고 지역 방어(Zonal Defence) 개념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방식은 포지셔널 플레이와 매우 잘 맞습니다. 지역 방어란 특정 선수를 개인 마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담당하는 공간을 책임지는 수비 방식입니다. 이 시스템에서 황인범이 중심을 잡아주면 이강인은 더 자유롭게 앞쪽 공간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언어적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강인에게 실질적인 이점이 됩니다.

손흥민에게도 이 전술은 잘 맞습니다. 손흥민은 하프 스페이스(Half Space)에서 전방을 바라보며 공을 받을 때 가장 위협적입니다. 하프 스페이스란 센터와 측면 사이의 공간으로, 수비수가 대응하기 가장 어려운 구역입니다. 풀백이 올라가고 윙어가 좁혀 들어오는 모레노의 구조는 자연스럽게 이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모레노 감독 체제에서 기대되는 선수별 역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황인범: 6번 위치에서 센터백 압박 시 공을 받아 전방으로 연결하는 빌드업의 핵심 가교 역할
  2. 이강인: 공간 탐색과 연계 플레이를 통해 포지셔널 플레이의 열쇠 역할, 공격 포인트 증가 기대
  3. 손흥민: 하프 스페이스에서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침투하는 형태로 득점 기회 극대화
  4. 오현규: 최전방에서 센터백을 끌어내 공간을 열어주는 연계형 스트라이커 역할
  5. 황희찬: 오른쪽 윙어로 빠르고 직선적인 돌파로 측면 공격을 책임

기대와 리스크 사이, 협회가 해야 할 일

솔직히 이번 선임이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닙니다. 제 경험상 한국 대표팀이 새 감독을 선임할 때마다 늘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처음에는 기대감, 얼마 지나면 결과 압박, 그리고 경질. 이 사이클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선수들입니다.

모레노 축구의 구조적 리스크도 있습니다. 공격 시 많은 선수가 앞으로 올라가는 만큼, 공을 빼앗겼을 때 뒷공간에 큰 빈틈이 생깁니다. 실제로 모나코 시절 수비 라인을 너무 높게 올려 뒷공간을 집요하게 공략당한 사례가 있습니다. 아시아 무대에서는 요르단, 말레이시아 같은 팀을 상대로 이런 빈틈이 오히려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풀백 자원도 불안합니다. 설영우는 부상 이력이 있고, 최근 3백 시스템의 윙백으로 뛴 탓에 모레노식 풀백으로서의 활약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모레노 시스템에서 풀백은 높은 수비 라인 유지, 강한 압박 참여, 공수 양면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과 전술 이해도 모두 높아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시간입니다. 9월부터 A매치 6경기 이후 1월 아시안컵까지, 실질적으로 주어진 시간은 3개월 남짓입니다. 벤투 감독도 4년을 쌓은 끝에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이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FIFA 공식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그 성과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모레노에게도 시스템이 자리를 잡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협회는 지금 두 가지를 해야 합니다. 첫째, 왜 모레노여야만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팬들에게 해야 합니다. 선임 과정이 늦어진 건 협회 책임입니다. 둘째, 결과만으로 감독을 평가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축구가 만들어지는 과정, 즉 선수들이 얼마나 팀의 전술 언어를 이해하고 실행하는지도 평가 기준에 포함돼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모레노 감독은 선수 출신이 아닌데 전술 능력을 신뢰할 수 있나요?

A. 저도 처음에 이 점이 걱정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14살부터 축구 분석에 집중했고, 루이스 엔리케와 7년간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에서 핵심 수석 코치로 일했습니다. 바르셀로나 트레블과 스페인 대표팀 감독 대행 시절 9경기 7승 2무는 단순한 보조가 아닌 실질적인 전술 설계자였음을 보여줍니다. 선수 경험이 없다는 한계보다 분석가로서의 깊이가 훨씬 크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Q. AI 전술 논란은 어떻게 된 건가요?

A. 소치 감독 시절 챗GPT로 전술을 짰다는 루머가 돌았지만, 모레노 본인이 직접 반박했습니다. 경기 준비나 선수 선발에 AI를 사용한 적은 없고, 번역 등 단순 행정 용도로만 활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논란은 그의 감독 실적이 부족하다는 의구심과 맞물려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Q. 모레노 감독 체제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A. 개인적으로는 이강인을 가장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강인의 공간 탐색, 연계 플레이 방식이 포지셔널 플레이와 매우 잘 맞고, 언어적 소통이 가능해 감독의 전술 메시지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습니다. 이강인이 자리를 잡으면 자연스럽게 손흥민에게도 더 많은 침투 공간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Q. 국가대표팀에서 포지셔널 플레이를 단기간에 구현할 수 있나요?

A. 솔직히 완벽한 구현은 쉽지 않습니다. 포지셔널 플레이는 선수들 간 수많은 약속과 반복 훈련이 필요한 시스템입니다. 다만 모레노의 강점이 복잡한 전술을 단순한 핵심 메시지 두세 가지로 압축하는 능력인 만큼, 짧은 소집 기간에도 기본 틀은 심어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파브레가스도 그의 코칭 방식을 높이 평가한 바 있습니다.

Q. 모레노 감독 체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인가요?

A.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공격적 전술로 인해 뒷공간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풀백 자원이 불안정하다는 점입니다. 모레노 시스템은 풀백이 공수 양면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데, 현재 대표팀 풀백 자원이 이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는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드는 선임인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지난 몇 년간 조직 없이 개인기에만 의존했던 대표팀을 돌이켜보면, 명확한 전술 철학을 가진 감독이 왔다는 사실 자체가 반갑습니다. 중요한 건 협회가 모레노에게 충분한 시간을 줄 수 있느냐입니다. 9월 A매치를 직접 보면서 그 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youtu.be/w5ffC6mdh78?si=jAlSBsDCQ4LdsS0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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